동부아프리카의 아름답고도 아픈 섬 '잔지바르(Zanzibar)'
잔지바르는 아름다운 풍광의 휴양지로 이름나 있는 섬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천혜의 입지 조건으로 인해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고 후에는 노예무역의 중심이 되어 아픈 역사를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10세기에는 페르시아(이란), 16세기에는 포르투갈, 18세기에는 오만 그리고 1890년에는 영국에 의해 지배당했었다.
그 결과 아랍, 페르시아, 인도, 유럽, 아프리카의 건축양식이 스와힐리라는 이름으로 칵테일처럼 녹아 있는 섬이기도 하다.
1800년대 동아프리카 노예 무역의 최대 거점이 되면서 수 많은 노예들이 사고 팔린 흔적과 열악했던 수용시설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아픔의 섬!
1896년에는 영국의 공격으로 38분의 역사상 가장 짧은 전쟁기록을 간직한 섬이 되었고, 유명 팝 가수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난 섬(1946, 스톤 타운)이기도 하다.
19세기초 동무아프리카 노예무역 전시장
아래의 사진은 경매장에 나가기 전의 노예모습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조각상이지만 사슬에 목이 묶인 모습에 당시의 실상이 떠올라 기자의 마음은 한동안 먹먹했다.
노예를 수용했던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바닥이 하얀 벽들과 대조를 이룬다.
이곳은 6~7평 남짓 지하공간에 50여 명의 노예를 거두어 두었던 곳으로 마루와 마루사이 아래로 물이 흘렀고 노예들은 그곳에 용변을 보았다고 한다.
전설적 록 밴드인 영국의 '퀸(Queen)'의 리드싱어였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살던 곳이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구불 구불 미로 같은 골목은 프레드 머큐리의 고향 'Stone Town'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다.
페르시아인에 의해 지어진 부자들만 사용했던 공중 목욕탕으로 하루는 남탕, 하루는 여탕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화려한 문양의 문은 곧 부의 상징이었다고 하며 섬세하고 정성들인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인도양의 무역풍을 타고 노예와 상아 등을 실어 날랐던 'Dhow' 선
동부 아프리카 최초의 고층건물로서 "House of Wonder" 건물 내부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동아프리카에서는 최초였다고 한다.
탄자니아 수도인 다레살람에서 잔지바르를 오가는 페리 선박
한 때는 동부 아프리카 최대 노예무역의 거점이자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던 잔지바르섬. 지금은 현대 문물에 밀려 낮은 하얀 집들만 남은 섬이 되었다.
육지으로 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페리에 몸을 싣고 바라보는 잔지바르섬은 인간 탐욕이 낳은 지난 시절의 복잡한 일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기자는 같은 아프리카지만 케냐커피와는 사뭇다른 탄자니아 커피를 입에 한모금 머금고 그 옛날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노예들을 생각하며 잠시 미래의 아이들의 비전과 꿈을 생각하였다.
케냐특파원 이명관기자